쿠마모토에서의 긴박했던 이틀...(스압)  『나 의 하 루』

어제 밤 마지막 비행기로 한국으로 귀국했습니다.

이제서야 좀 진정되고 글을 올려봅니다.

그럼 지진의 시작이었던 14일의 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아마 전에 올린 14일글15일글들을 보신분들은 아시겠지만

14일만 해도 첫번째 지진에 심지어 강도7 이었고 그 부분에서 이미

건물 외벽이 무너지고 건물의 붕괴가 조금씩 있었습니다.

제가 일하는 곳은 진원지에서 차로 약 2~3시간 떨어져 있는 곳이기에 7은 아니었으나

휴대폰에서 지진 주의 경보음이 울렸고, 강도5를 표시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2~30초 가량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동안 어느정도의 흔들림은 있었습니다.

그리고 당시 숙박하던 고객들도 걱정이되어 프론트에 전화가 수도없이 오고

뒷날에 있을 숙박 캔슬문의나 스케줄 변경이 끝도 없이 왔습니다.

그래도 이 한번으로 끝나서 괜찮겠지 하고 있었지만, 새벽내내

3~5의 여진이 계속해서 반복으로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15일에는 정오 이후에는 거의 여진도 없었고 14일 지진 이후로 끝나는구나

하며 안심하고 있었습니다.

하루 일과도 문제없이 다 끝나고 방에 돌어와 평소처럼

한국의 친구들과 수다떨며 컴퓨터 만지며 별다른 일 없이 자정쯤에 잠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끝난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16일 오전 1시 25분 경...

고막을 때리는 지진 경보음.

『지진 입니다! 지진 입니다!』

굉장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울려대는 휴대폰.

눈 감은지 한시간 좀 지났을 때에 엄청나게 흔들리는 기숙사.

일어서도 균형을 잡을 수 없을 정도의 흔들림.

좌우뿐만 아니라 아래 위로도 덜컹이며 여기저기서 깨지는 소리가 나는 방.

비몽사몽한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저는 덮고 있는 두곂의 이불을

머리위로 둘러쓴채 옷장안으로 피신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밖으로 나가려다 혹시 건물이 무너져 죽을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차라리 무너지더라도 벽장안에 갇혀서 살아있는게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옷장 안에서도 강한 지진에 의해 좌우로 왔다갔다하는 벽이

움추려든 저의 등을 치는 느낌이 전해지니 정말 여기서 죽는구나 하는 생각밖에 안들더군요.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1분? 3분? 좀 잠잠해 지고

문 밖의 복도에서『다들 괜찮냐?』라는 셰프장의 외침에 그때서야 정신이 번쩍 들어

지진이 살짝 잠자해진 틈을타 냅다 옷장에서 튀어나와 다른 맴버들과 합류 했습니다.

당시 경황이 없어 사진이나 기록을 남길 상황이 아니었습니다만,

복도에 서있던 신발장은 다 자빠져 있었고, 세탁기도 고정된 자리에서 이탈되어 기울어져 있었는데다

박스는 물론 밖에 서있던 자전거, 바이크도 전부 나자빠져 있었습니다.

뉴스를 보고 알았지만 그 당시 진도는 6강....

그렇게 1, 2층의 모든 사원분들이 모여 어이가 없어 말없이 그 상황을 지켜보는 가운데

계속해서 강한 지진이 덮쳐와 아무것도 챙기지 않고 잠옷 바람으로 슬리퍼만 신고 밖으로 피신 했습니다.

정말 건물이 흔들리는 것을 밖에서 보니 어마어마 하더군요...

그리고 료칸 당직사원이 전화가와 괜찮냐고...

기숙사 사람들은 전원 밖으로 피신했다 하니 그럼 다들 내려와서

숙박 고객들 대피 좀 도와달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렇게 잠시 다시 잠잠해진 틈을 타 각자 방에 돌아가 귀중품만 들고 료칸으로 직행.(기숙사에서 뛰어서 1분 거리)

대피 방송을 내리고 일본 손님 뿐만아니라 그 당시에는 중국, 캐나다, 한국 분들의 숙박고객님도 있었기에

외국어가 되는 스탭들은 그 방에 달려가 영어 혹은 중국어로 현 상황을 설명하고 침착하게

손님들을 바깥 주차장으로 피난 시켰습니다.

『차가 있으신 분들은 차 안으로 대피해 주시기 바랍니다!
차가 없으신 분들은 회사차를 준비하겠사오니 그 안으로 대피해 주십시오!
정리가 되면 이불과 마실 물을 준비해 드리겠사오니 조금만 참아주시기 바랍니다!』

회사차는 8인승 밴 2대와 30인승 마이크로 버스.

다행히 사상자 속출없이 모두 차 안으로 이송 완료.

건물과 떨어진 넓은 주차장으로 옮겼습니다.

그렇게 조금 잠잠해 진 틈을 타, 이불과 물 및 음료를 매점 혹은 창고에서 전부 회수하여 나눠 드렸습니다.

그리고 지배인, 사장님을 비롯한 스탭들이 하나 둘씩 료칸으로 집합.

현재 상황을 알리고 더 큰 지진이 일어났을 경우를 대비해 도망칠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에

다들 뜬 눈으로 밤을 지샜습니다.

조금 잠잠해서 잠이 온다 싶으면 다시 일어나는 지진 경보.

그때 당시 기록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정말 본진 같은 여진이 계속해서 일어났습니다.

정말 얼마만에 새어보는 밤이었는지... 

하지만 더 문제는 이 지진으로 인해 도로가 무너지거나 낙석, 산사태로 인해 막혀버린 곳이 많아서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려해도 갈 수가 없었던 것...

이곳 지리를 잘 아는 사원분들은 자신의 차로 시내까지 연결되는 도로가 괜찮은지 확인하러 출발했고

남은 사람들은 이 주변에 사는 지인분들께 연락하여 도로 상황 파악을 하였습니다.

그렇게 한 10시쯤, 어찌어찌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보고가 들려오자

손님들을 태운 차와, 개인 차를 가진 손님들이 줄지어 앞차를 꼬리물듯 따라 시내로 빠져나갔습니다.

다행히 다들 무사히 시내쪽으로 송영을 마친 뒤, 그제서야 피해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심한 지진으로 와르르 무너진 지붕 기왓장들.

그 밑에 있던 사원의 차량도 피해를 입었습니다.

백미러 나가고 앞유리 깨지고 본네트 들어나고 지붕 찌그러지고 라이트 깨지고...

거의 반파(半破)카 수준...

여담으로 자연재해 보험은 안들어놔서 보상이 얼마 안된다 하여

자기 부담금이 너무 커져버려 폐차 결정...

원래 기숙사 입구 앞에 놓아져 있던 항아리인데

계단 앞까지와서 깨져있었습니다.

제 방도 개판이긴 마찬가지.

물론 원래부터 좀 개판이었지만 다행히 높히 세워둔 물건이 없어 큰 피해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TV는 뒤로 나자빠져 놀고있고

책장 위, 안에 넣어둔 물건들은 다 튀어져 나와있습니다.

다른 사원분들은 저보다 더 오래 여기 살고 있었다 보니

거울이라던가, 다른 짐이 훨씩 방에 꽉차 있다보니 유리파편 및

박살난 플라스틱 조각이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어 들어가기 조차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기숙사 내부 역시 금이 많이 가있었습니다.

이 강한 지진에 몇 번이고 버텨준 기숙사에 감사를...

기숙사가 이정도인데 료칸 상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역시나 지붕 기와는 무너져 내렸고.

내부벽 역시 심한 균열이 생기거나 틈이 벌어졌고

지진으로 인해 지반이 틀어졌는지 건물이 살짝기울었는지 몇개의 방의 문이 닫히질 않았습니다.

이번엔 건물 밖의 상황 입니다.

석조물은 부서져 나뒹굴고 있으며

쌓아둔 돌탑은 다 무너져 내렸고

료칸 근처에 있는 절벽에 균열이 생긴데다

일부는 부서져 내렸습니다.

그 절벽과 함께 있던 산의 일부분도

비참히 강바닥 쪽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17일 오전까지 계속 이어진 진도 3~4의 지진...

큰 진동만 일어나면 반사적으로 다 내팽겨치고 건물 밖으로 뛰어나갔었던 이틀...

모든 신경을 온몸에 집중하고 있다보니 일어난 위경련...

밥이 어디로 넘어가는지 모르고 먹었던 식사시간....

집, 친인척들에게 오는 끝없는 걱정의 연락...

현재도 아직 여진이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는 저희 지배인님의 말씀...

그리고 이래저래 피해가 크다보니 꽤 유지 보수기간이 길어진 듯 합니다.

과장님께서 좀 전에 연락이 오셨더군요.

자세한 사항을 들어보니 온천을 공급하는 파이프 파손 이라던가

온천 내부벽에도 큰 손상이 있어 보수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것.

일단 저도 좀 진정이 된 후 5월 초중반엔 다시 돌아가 일을 도울 예정입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런 큰일이 있으니 어떻게 될 지 모르겠군요...

물론 한번 더 이런일이 생긴다면 그 때에는 아예 일본을 뜰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어제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문 닫는 소리나 무언가 떨어뜨려 나는 작은 진동에도

눈이 번쩍 뜨이며 몸을 반사적으로 일으키고 있는 저를 보고있으니 그 당시의 습관이

얼마나 몸에 크게 익어버렸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정말 잊을 수 없는 추억과 경험을 하고 와버렸네요...

하지만 본진이 있었던 곳에는 복구는 커녕 먹고 마실 식량조차 부족하여 다들 고생하고 있는데

이정도에, 그리고 살아있음에 만족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일이긴 합니다.

자연의 앞에선 인간도 정말 연약하기 그지 없군요...

거기다 이 피해로 인한 복구는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고 하니

그 동안의 피난민들의 고생길이 눈 앞에 훤하군요...

 여튼 더 이상의 큰 피해가 없길 바라며 이 사고로 인해 목숨을 잃은 분들에게

다시 한번 더 고인의 명복을 빌겠습니다.

덧글

  • 기롯 2016/04/18 20:25 # 답글

    자연재해의 무서움...
  • 아침북녘 2016/04/20 22:23 #

    자연 앞에서 인간은 나약하기만....
  • G-32호 2016/04/18 20:55 # 답글

    그러고보니 화산 폭발의 위험도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는데 말이죠..
  • 아침북녘 2016/04/20 22:23 #

    뉴스보니 난리도 아니던데... 에휴... 돌아갈 수 있을지...
  • 네리아리 2016/04/18 21:06 # 답글

    으워...정말 무섭군요
  • 아침북녘 2016/04/20 22:23 #

    저때에 정말 죽을고비를 넘겼습니다...
  • 수륙챙이 2016/04/18 23:26 # 답글

    그래도 다치거나 하지 않으셔서 정말 다행입니다..타국까지 가서 일하는데..
  • 아침북녘 2016/04/20 22:23 #

    그러게요... 송장되서 돌아오기는 생각만해도 정말 싫네요....
  • 이지리트 2016/04/18 23:47 # 답글

    그와중에 안무너진게 다행이네요.
  • 아침북녘 2016/04/20 22:24 #

    정말 그 강한 지진에 잘 견뎌준 건물에 감사할뿐...
    한국도 내진 설계가 의무화 되어야 할텐데...
  • anchor 2016/04/20 11:15 # 답글

    안녕하세요, 이글루스입니다.

    회원님께서 소중하게 작성해주신 이 게시글이 4월 20일 줌(zum.com) 메인의 [이글루스] 영역에 게재 되었습니다.

    줌 메인 게재를 축하드리며, 4월 20일 줌에 게재된 회원님의 게시글을 확인해 보세요.

    몸 건강히 귀국하시어 다행입니다.

    그럼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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